[서울/서초] 국립중앙도서관 - 경국대전 보물지정 특별전 관람 후기

국립중앙도서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국립중앙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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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 https://www.nl.go.kr/

 

국립중앙도서관은 일제시대에는 '조선총독부도서관' 이었습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조선총독부도서관의 간판이 내려갔고 같은 해 10월 15일 국립도서관으로 개관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중구 소공동 쪽에 있었는데 1974년 남산으로 본관이 이전하였습니다.

그리고 1988년 지금의 반포동 위치로 본관이 신축 이전되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자세한 층별 안내 및 방문 후기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서울/서초] 국립중앙도서관 - 기본 안내 및 방문 후기

[서울/서초] 국립중앙도서관 - 기본 안내 및 방문 후기

 

 

열람실과 별도로 로비에는 전시실이 있었습니다.

이 전시실은 도서관 방문 예약과 관계 없이 관람이 가능한 곳입니다.

제가 갔던 날은 '경국대전 보물 지정 특별전'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경국대전 보물 지정 특별전
기간 : 2022.7.22.~ 9.25.
장소 :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경국대전은 올해 6월 23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고문헌 약 30만권을 소장한 고문한 최대 소장 기관이자 조선시대에 편찬한 법전 대부분을 소장한 국가대표도서관입니다.

경국대전의 보물 지정을 기념하여 경국대전 보물지정 특별전 '아! 조선 법전의 놀라운 세계' 를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열람실은 사전 방문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지만 1층의 전시실은 별도의 예약 없이도 관람이 가능합니다.

 

 

01. 법을 세우다: 법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조선의 팔조법은 문명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초적인 관습률입니다.

그 후 중앙집권적 전제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율령이 만들어졌고 개별 왕법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조선에 이르러 처음으로 성문화된 법전이 편찬되었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쳐가며 법치주의에 의한 통치를 강화해 나갔다고 합니다.

 

경국대전

경국대전은 1455년부터 1485년까지 약 30년간 최고의 학자들에게 교정과 보완의 책임을 맡겨 완성한 조선시대 최대의 편찬 사업이자 역점 사업의 결과물입니다.

조선 최고의 성문 법전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조선을 경영하는데 있어 필요한 모든 법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지켜야 할 규정까지 담아냈습니다.

경국대전은 총 6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것은 그 중 3권(2책)으로 이전, 호전, 예전입니다.

1434년에 주조된 금속활자 초주갑인자로 1500년대 전반기에 인쇄되었다고 합니다.

 

 

전시실 안에는 경국대전의 영인본이 놓여 있었습니다.

영인본이란 원본을 사진 촬영하여 그것을 원판으로 과학적으로 복제한 책을 말합니다.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경국대전이 바로 이것이구나 생각하며 영인본을 한장한장 넘겨보았습니다.

 

조선시대 법전 편찬의 역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394 : 조선경국전 (태조 3)

1485 : 경국대전 (성종 16)

1746 : 속대전 (영조 22)

1786 : 대전통편 (정조 10)

1865 : 대전회통 (고종 2)

 

 

속대전

속대전은 영조 22년에 편찬되었습니다.

영조는 즉위 후 100여년의 사회 변화를 법조문에 반영하기 위해 경국대전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법전을 편찬하고자 했습니다.

영조 자신이 법조문을 하나하나 검토하는 등 최고의 학자들과 함께 직접 참여하여 속대전을 완성한 후 1746년에 반포, 시행하였습니다.

속대전은 경국대전에 수록되지 않는 조문을 수록하거나, 필요한 경우 새로운 조문을 만들어 넣기도 하는 등 조선 전기의 경국대전과 동일한 위상을 지닌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법전이었습니다.

 

대전통편

정조는 즉위와 함께 형전을 우선 정비한 후 경국대전과 같은 큰 법전을 편찬하고자 했습니다.

경국대전과 속대전을 큰 축으로 하고 속대전 반포 이후 만들어진 영조와 정조의 수교들을 변별 수록하여 1786년에 반포 및 시행한 것이 대전통편입니다.

속대전이 경국대전 이후 변화된 법만 수록한 것이라면 대전통편은 모든 법전을 집대성한 법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전회통

고종은 경국대전, 속대전, 대전통편에 수록된 항목과 조문, 대전통편 이후의 수교들을 선별 수록한 새로운 법전을 1865년에 반포, 시행하였습니다.

대전회통에 새로 보충한 조문은 각 관청의 규정 외에는 많지 않고 대전통편의 오류를 수정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이전의 법전을 모두 통합하고 새로운 조문을 보충한 것이기 때문에 대전회통이 조선시대에서 가장 완벽한 법전이자 최후의 법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02. 임금의 말이 곧 법이다: 수교

앞서 '수교' 라는 말이 몇번 등장했었는데 수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수교' 라는 것은 '교(임금의 명령)' 를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고려 말 임금의 명령으로 형성된 법 규범들을 수판이라고 불렀고, 조선 건국 후에도 잠시 이어지다가 1413년 임금의 명령을 '판' 에서 '교' 로 바꾸면서 '수교' 로 통일되었습니다.

수교는 산하 관청과 지방 관청으로 전달되어 실제의 업무 처리에 법적인 효력을 갖고 적용되었습니다.

임금의 말이 모두 왕법은 아니지만 임금의 명령을 통해 만들어진 수교는 모두 왕법이었습니다.

 

수교집에 수록된 수교의 형태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됩니다.

 

 

1) 임금 자신이 직접 규정을 만들어 해당 관청에 지시한 것

2) 해당 관청에서 규정을 만들어 임금에게 건의하여 받아들여진 것

3) 다른 관청에서 만든 것을 해당 관청에서 의견을 덧붙여 임금에게 건의하여 받아들여진 것

4) 개인이 임금에게 의견을 개진하거나 아뢴 것을 임금이 받아들인 것

 

위의 분류를 보면 수교라는 특별법의 발의자는 임금, 관청, 개인 모두가 될 수 있고 임금이 이를 받아들이면 법으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회상을 반영한 수교 사례:  제사 주관을 맏며느리에서 양자로

조선시대 맏며느리의 제사 주관은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조선 전기에는 장자가 일찍 죽으면 맏며느리가 남편을 이어 제사를 주관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되어 1553년-1554년 수교에 맏며느리의 제사 주관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시행되었습니다.

맏며느리가 제사를 주관하면 종가의 재산이 같은 집안이 아닌 맏며느리의 집안으로 흘러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집안에서는 양자를 들이는 방향으로 적극 진행하였고, 조정에서는 여러 의견을 통해 맏며느리의 재산과 제사 주관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을 강화시켰습니다.

이후 맏며느리의 제사 주관과 재산상속은 없어지고 양자가 조선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03. 공정하게 재판하라: 형법과 지침서

조선시대 통치 이념으로서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유교사상은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형법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유교에서 성인이 만든 예는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으로 권위는 있었지만 강제력은 없었기 때문에, 형법을 통해 강제력을 지니게 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벌칙을 정했습니다.

 

 

형사재판이나 민사재판을 할 때 관청의 수령은 자신이 맡은 지역에서 임금과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특히 소송의 판결은 수령의 주요 업무이자 수령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항목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을 잘 모르는 수령들은 담당 아전들에게 아예 맡기는 경우도 있었고 법전에도 없는 조문을 말하며 멋대로 판결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에 수령 등 법 집행관들이 판결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침서가 필요하였습니다.

 

검시 지침서: 억울함이 없게 하라

시신을 검사할 때 눈으로만 보면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게 다양한 약재와 보조도구를 활용한 과학적인 판별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때 사용되는 도구들을 '법물' 이라고 불렀는데요, 은비녀, 술지게미, 식초, 파, 소금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은비녀의 경우 시신의 목구멍 안에 넣었다 꺼냈을 때 색이 푸르거나 검은 빛을 띠면 독살로 판단하였습니다.

조선시대에 독살에 흔히 사용되던 '비상' 은 비소와 황의 화합물인데, 비상의 황과 은이 결합하면 검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중수무원록' 은 시신 검사 방법, 보고서 작성법, 검사 도구, 현장 조사 방법, 해부 지식까지 수록되어 있어 시신을 검사할 때 지침서이자 수령들의 필독서였습니다.

편견 없는 수사, 인체에 대한 지식의 확대, 그리고 죽음에 대한 신중한 태도의 이면에는 백성들의 원통함과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애민 정신이 깔려 있었습니다.

 

경국대전과 마찬가지로 중수무원록언해도 영인본이 있었습니다.

 

 

경국대전과는 다르게 대부분이 한글로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04. 주요 사건과 판결: 판례

조선시대 범죄 사건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일성록 같은 연대기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지만 기록의 편차가 크고 일정 시기만의 자료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건과 판결만을 기록한 대표적인 판례집이 '심리록' 입니다.

1775년 12월부터 1800년 6월까지 정조가 직접 심리한 중대 범죄 1112건에 대한 사건 개요와 처리 과정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또한 정약용은 1822년에 형법학 지침서이자 판례 연구서인 '흠흠신서' 를 편찬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중국과 조선의 주요 사건 판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법전의 내용을 클릭하면 그 부분의 내용을 해석하여 볼 수 있게끔 해 놓았습니다.

경국대전의 예전에 나와 있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결혼 장려 및 노약자 보호]

사대부의 딸로 나이가 서른에 가깝도록 가난하여 시집을 가지 못하면 예조에서 왕에게 보고하고 곡식과 옷감 등을 지급한다.

굶주림과 추위로 빌어먹으면서도 친척이 없는 자와 부양하고 보호해 줄 사람이 없는 노인에게는 옷과 먹을 것을 제공한다.

 

다음은 경국대전 이전에 나와있는 고과, 관리를 평가하는 항목에 대한 내용입니다.

 

[좋은 평가를 받은자의 대우]

열 번의 관리인사 평가에서 열 번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자와 다섯 번 관리인사 평가에서 다섯 번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자는 수령을 천거하는 보고서에 평가기록을 기록한다.

 

경국대전에 이렇게 세세한 내용까지 수록되어 있다니 무척 신기했습니다.

 

 

전시의 마지막으로 영상관에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우발적 살인의 최종판결 이야기' 라는 주제로 법 적용에 대해 정조와 정약용의 의견이 대립했던 내용이었습니다.

 

 

덕치를 중요시했던 정조와 법의 공평한 적용을 관찰했던 정악용.

물론 이 당시에는 정조가 최종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정조의 의견대로 법이 집행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조 : "나에겐 덕치가 곧 법치일세"

정약용 : "전하! 법치가 곧 덕치입니다"

 

 

형벌을 신중하고 너그럽게 판결하고자 한 정조,

정확한 법 칩행과 공정한 처벌을 중시한 정약용.

여러분은 어느 쪽 의견에 더 공감하시나요?

영상을 관람한 후 전시관을 나와서 개인 의견을 투표할 수 있었습니다.

 

경국대전, 속대전, 대전통편, 대전회통 등 조선시대의 법전은 이름 정도만 알고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조선 시대의 법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법전이 꽤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있었고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었던 전시회였습니다.

 

* 국립중앙도서관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