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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아시아(Asia)/인도(India)

[인도/바라나시]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곳, 인도 바라나시와 갠지스강

by Cecilia_J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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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흔히 요가, 힌두교, 타지마할 등을 떠올리겠지만 인도를 한달 반동안 배낭여행했었던 입장에서는 무질서, 혼란, 더러움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 단어들은 다소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는 있으나 인도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지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아니다.

인도 북부를 동쪽으로 흘러 벵골만까지 흘러드는 갠지스강 유역에 있는 도시 바라나시는 그런 점에서 볼 때 인도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인도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이자 ‘무질서’, ‘혼란’ 등으로 대표되는 인도의 이미지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라나시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참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좁고 낡은 길은 오토릭샤, 사이클릭샤, 오토바이, 자전거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골목은 마치 미로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

좁은 골목을 헤매고 헤맨 끝에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었던 기억이 난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내가 향했던 곳은 갠지스강, 그리고 가트(Ghat) 였다.

 

인도 사람들은 인도에 강이 없을때 힌두교의 신 ‘시바(Shiva)’ 가 그들에게 갠지스강을 내려준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갠지스강을 마더 강가(Mother Ganga) 라고 부르며 갠지스강은 그 자체로 성스러운 의미를 지닌다.

강둑을 따라 늘어서 있는 수많은 가트를 따라 강변을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가트에서 손을 씻고 목욕하는 사람들, 빨래하는 사람들, 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소를 정성스럽게 목욕시키는 사람들까지...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는다는 것은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정화시키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어쨌든 갠지스강은 그들에게 삶 그 자체인 것처럼 보였다.

 

 

또한 갠지스강은 그들에게 죽음을 기리는 곳이기도 했다.

숙소 바로 근처에 있었던 마니카르니카 가트(Manikarnika Ghat) 에서는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 의식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화장 의식의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다.

죽은 사람을 천에 감싼 다음 꽃으로 장식하여 들것에 실어 가트까지 나른다.

그 다음 시신을 갠지스강에 한번 적신 후 나무를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시신을 올린다.

사람들이 시신이 올려져 있는 장작나무의 주위를 몇 바퀴 돌면 화장이 시작된다.

 

가트에서의 화장 의식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지만 가족뿐 아니라 여행자들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지켜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그곳에서는 우울함도, 슬픈 분위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루에 평균 200건에서 300건, 무더운 날씨로 사망자가 많아지는 여름에는 1000건까지도 화장 의식이 진행된다는 그 가트에서는 죽음이 일상처럼 여겨지기 때문인 것 같다.

다들 조용히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화장 의식은 가트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고 또한 계속해서 새로운 들것이 가트로 들어오고 있었다.

화장 의식을 위해 인도의 다른 도시에서도 바라나시까지 먼 길을 온다고 하니, 역시 인도 최고의 성스러운 도시라 여겨지는 바라나시다운 모습이었다.

 

 

 

 

가트 계단에 걸터 앉아 멍하니 화장 의식을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인도 사람들은 짜이(인도식 차)를 마실 때 흙으로 만든 도기에 짜이를 따라 마신 다음 빈 잔은 바닥에 던져서 깨뜨려 버리곤 했다.

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용 후에 다시 흙으로 자연스럽게 돌려 보낸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사람의 인생 또한 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만들어져 인생을 살다가 다시 어머니의 품, Mother Ganga 로 돌아가는 삶.

조용히 흘러가는 갠지스강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런 인생의 흐름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트에서 그들은 그리도 평온한 모습이었던 것이 아닐지.

갠지스강은 삶의 시작부터 죽음까지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듯 보였다.

 

바라나시를 여행했을 때가 2007년 2월이었으니 어느새 10년이 다 되어간다.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도 종종 그 때의 여행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숙소 옥상 의자에 앉아 쉬면서 갠지스강을 바라보고 책을 읽던 기억, 가트에 앉아서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을 지켜보던 기억.

여전히 그곳은 무질서하고 혼란할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은 갠지스강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을지.

빈틈없이 빡빡한 서울의 일상 속에서, 서울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그 곳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다.

 

 

* 본 여행기는 2017년 2월 서울약사회지 회원투고란에 게재된 글입니다.

 

* Varanasi : Uttar Pradesh,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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